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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

    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구걸을 하러 온 사람에게 식당 주인이 돈 한 닢을 내밀었는데, 
    그의 말, 이것 대신에 밥을 한 술 달라고 했단다. 
    주인은 그러하지 못하겠다고 하니 맘이 편치 않은 그이가 
    그만 손님들 들으라고 한마디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그 식당 안의 손님들은 
    그 작은 소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그이가 돌아가고 난 뒤 그 사연까지 듣고 나니, 
    “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하던 소리가 오랫동안 가슴을 헤집었다. 
    며칠 뒤에 다시 그 식당에 갈 일이 있어, 
    그 주인에게 “밥 한 술 주어 보내지 왜 그랬나?”고 물어보았다. 
    그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가장 우선인 일이 식사 손님이고, 
    한창 바쁠 때라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 손님들은 어째서 밥만 먹고 있었을까? 
    상황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누구라도, 아니 나부터가 식당 주인에게 ‘돈을 낼 테니 밥 한 술 주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늦게야 들었다. 그때에 그 소리를 귀담아 듣고 
    응답했더라면 그이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기쁨이 넘쳤을 것이다. 
    이처럼 답은 가까이에 있다. 
    그런데도 그걸 찾아내지 못하고, 또 무심하게 굴어서 가슴이 무겁다.
     
    사람들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아예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다보니 그날 나는 ‘가장 보잘것없는 한 사람’(마태 25,45)으로 
    나를 찾으신 이 시대의 예수님을 쓸쓸하게 돌려보내고 만 것이다. 
    ‘밥만 먹지 말라’던 그이의 한마디는 바로 가슴이 식은 나무라는 꾸짖음이다. 
     
    어떤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 한 대목이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노(老) 수사의 입을 빌려서 
    “복음은 지키는 것이 아니고 사는 거”(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라고 말한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그 복음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겠다. 
    예수님께서도 일찍이 그렇게 일러주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고, 그러니 
    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 말씀이기도 하다.
     
    나는 새 교황님을 좋아한다. 
    내가 아는 어떤 개신교 신자도 그러하다. 
    베드로 성당 광장에 운집한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청하는 겸손함, 가난하게 사는 모습,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에 ‘복음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600년 가까이 종신으로 교황직을 수행해왔던 관례를 깨뜨린 
    전(前) 교황님의 사퇴 결단에서는 성령의 역사하심을 보는 듯 했다. 
    어쩌면 이 모두가 바로 ‘신앙의 해’의 표징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사랑하는 첫걸음은 바로 소통이다. 
    그 소통을 이루자면 먼저 들어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들어야 한다. 
    그리고는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나없이 제 소리만 내느라고 귀를 닫는다. 
    말하는 입은 하나인데 듣는 귀를 둘씩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도 힘없는 사람들의 절규와 신음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내(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밥만 먹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야’하겠다. 
     
    한상갑 바오로 / 삼천, 평생대학
     
    (이 글은 꾸르실료 카페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http://cafe.daum.net/curs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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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5-14

조회수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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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식요한

|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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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부님의 강론 말씀만으로도 주일 복음 묵상이 충분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좋은 강론자료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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