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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교류)사순1주간 금요일 말씀 묵상

사순1주간 금요일 말씀 묵상

 

어느 시골에 이름 난 효자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이 소식은 관청을 통해 임금에게까지 들어갔고 이에 임금은 암행어사를 파견해 그 효자를 조사해보고 후 한 상을 내리라고 명합니다. 암행어사는 몰래 그 집을 찾아가 효자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골효자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누추한 옷을 입은 청년이 나무 한 짐을 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부엌에 있던 노모가 부리나케 뛰어나와 아들의 나무 짐을 받쳐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황급하게 뛰어 들어가더니 대야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을 떠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마루에 앉히고는 열심히 아들의 발을 씻기면서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잠시 후 숨어서 이 모습을 본 어사는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여보게, 어떻게 기력도 없으신 어머니께 발을 씻겨 달라고 하는가. 효자라는 소문을 잘 못 들은 것 같군”. 그러자 청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효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단지 어머니가 즐거워하시는 그것을 하게 해드리는 것 뿐 입니다.” 이 말을 들은 어사는 자신도 지금까지 자기 생각대로 부모님을 공경해 왔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단순한 내용 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같이 드라마며 영화, 대중가요에서 사랑을 떠들어 댑니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저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등등 많은 이가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많은 경우 나를 위한 사랑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를 위한 사랑이 아니라 나의 만족이나 내가 받고 싶다는 원의를 담은 사랑!. 마치 앵무새야!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그래서 너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너에게 금으로 된 값비싼 새장을 선물할게. 이 안에만 있으면 너는 아무 해도 입지 않을 거야. 물과 먹을 것을 구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매일 사랑한다고 말 해 줄거야. 행복하지 않니?”라며, 내가 하는 폭력과 억압, 강요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며 나와 반대 의견을 내는 또 다른 국민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들, 서민들을 위한다며 값싸고 질 나쁜 식료품을 공급하며 스스로만 배불리는 대기업들, 회사가 잘 되야 노동자들도 행복하다며 정작 임금은 올려주지 않고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는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들, 하느님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며 신자들을 헌금과 계명의 노예로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는 각 종교의 성직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만을 하느님께서 사랑하신다며 지독한 오만과 독선 속에 살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이 모든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착각입니다. ‘그들만의 사랑’, ‘그들만의 정의’, ‘그들만의 개념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어두워진 그들의 눈은, 타인과 약자, 심지어 하느님조차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무엇을 위한 사랑인지, 무엇을 위한 의로움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죠.

 

율법을 통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을 가지고 오히려 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판단했으며,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얹어 주고는 심지어 하느님을 따라 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그들. 자기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백성들까지도 못 지키도록 율법으로 얽어매 놓았던 그들. 바로 이와 같은 그들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모순과 위선을 신랄하게 깨셨던 것이죠. “하느님이 무엇을 사랑하시는지 보라고, 그리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너희도 그분을 사랑한다면 그분이 사랑하시는 것을 사랑하고 행하라고, 너희가 사랑하는 것만을 사랑하면서 그것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말이죠. 예수님은 아버지의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세상은 그 사랑의 가르침을 정치적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그리고 세상은 그분을 정치 사범으로 몰아 사형시키고 맙니다. 어쩌면 이러한 착각은 우리네 삶 속에서도 반복되며, 오늘도 무언의 폭력으로 바뀌어 타인과 하느님을 죽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기억합시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아내가 원하는, 그래서 행복해 할 만할 일을 하십시오, 내가 원하는 것 말고.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가족이 원하는, 그래서 행복해 할 만할 일을 하세요, 내가 원하는 것 말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분이 원하고 그분이 행복해 할 만할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 말고 말입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것을 너를 위해 죽이는 것이 십자가이고, 그 십자가는 우리를 부활로 이끌 것입니다.

 

- 본당신부 이진욱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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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진욱미카엘

등록일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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