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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교류)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말씀 묵상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말씀 묵상

 

사순시기 셋째날을 맞는 오늘입니다. 오늘은 금요일로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이 상황 극복과 특별히 어려운 이웃들을 기억하며 금육과 단식을 하자고 교구장 주교님께서 권고하신 날입니다. 그런면에서 여러분들은 잘 굶고 계시나요? 그리고 먹고 싶은 고기를 잘 참고 계시나요?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주교님의 권고를 잘 실천하며 단식을 하면 가난한 이들이 기뻐할까요? 더 깊이 생각해 봤을 때, 이렇게 절제하며 실천한 단식을 하느님은 좋아하실까요?

 

조금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자면 이렇게 표현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주님, 오늘 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먹고 싶은 한끼를 굶었습니다. 기쁘시죠?”라는 질문에 하느님이 너의 배고픔과 그것을 참아내려는 정성을 나는 보았다, 훌륭히 굶고 있는 너의 단식이 나는 정말 기쁘구나 하하하라고 하실까요? 솔직히 타인의 고통을 보며 기뻐하는 이런 새디스트(Sadist:잔혹하고 가학적인 일을 즐기는 사람)같은 하느님이라면 저는 믿지 않겠습니다. 또한 이빨이 없는 늙으신 어머니에게 정말 값비싼 소갈비를 해드렸는데, 왜 나의 정성을 보고 맛있게 먹지 않느냐고 속상해 하는 자녀같은 바보같은 짓은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단식하자는 주교님의 권고와 성경에 나오는 단식에 대해, 그것이 올바른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이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 그것을 하는 행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둘째, 무엇을 위한 단식인지가 중요하다는 것, 셋째, 단식으로 인해 얻어진 결과물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자면 나 오늘 단식했어라고 스스로 만족할 것이라면 하지 말라는 뜻이고, “어차피 살도 빼고 해야하니 오늘은 주교님 권고도 있고 단식 해보자라고 생각할거면 하지 말라는 뜻이며, “아싸~ 오늘 단식해서 점심값 굳었으니 이걸로 그동안 비싸서 못 사 먹었던 티라미수(이태리식 케익)나 사먹자할거면 단식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 단식은 나한테만 좋은 단식일 뿐이지,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단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당신의 의중을 알려주고 계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단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당신은 이렇게 호통을 치십니다. “너희는 단식일에 제 일만 찾고 너희 일꾼들을 다그친다.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한다.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머리를 골풀처럼 숙이고 자루옷과 먼지를 깔고 눕는다. 너는 이것을 단식이라고, 주님이 반기는 날이라고 말하느냐? 그래놓고 저희가 단식하는데 왜 보아 주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고행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으십니까?’라고 외치느냐

 

반대로 하느님은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단식 할 거면 이렇게 하라고 말이죠.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

 

무슨 뜻일까요? 하느님이 원하시는 단식이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내 맘대로, 나와 내 만족을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하는 단식은 원치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원하시는 단식은 의로운 사랑의 단식입니다. 단순히 굶는 행위가 아닌 실천이 동반되어 열매를 맺는 단식입니다. 그랬을 때 당신은 기뻐하실 것이고 그 단식이 우리에게도 큰 공로로 인정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식욕과 음식을 끊는 것보다는 탐욕과 악행을 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며, 자학적이고 고행적인 단식보다는 희생적이고 사랑이 담긴 단식이 더 낫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단식만 하고 자선을 하지 않는다면 건강이나 미용을 위한 단식과 다를 바 없고 그래서 그 단식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뿐 하느님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이웃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가르침입니다. 단식에 대해 더 이야기해 무엇 할까요. 그 의미가 너무도 분명한데 말입니다.

 

오늘 사순시기 첫 금요일을 맞아 우리의 부족함으로 인해 자꾸 다른 길로 가는 우리를 보며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니 같은 하느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봅니다. 엊그제 온 전화에서 건강해야 사목 더 잘할 수 있다고, 신자분들 생각해서 담배 끊으라고 안타까워 하시던 아버지의 마음이 새삼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 주임신부 이진욱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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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진욱미카엘

등록일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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