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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연중 제2주일(2017.1.15.)-김지훈 부제님

(연중 제2주일(2017.1.15.)-김지훈 미카엘 부제님 강론을 옮긴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2년 전에, 신학교에 계신 수녀님께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 수도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때 수녀님께서는 저의 이런 질문을 받고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옛날에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사막에서 고행하면서 살아가는 수도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깨끗하고 정결했으며 검소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수도자를 통해서 많은 삶의 위안과 하느님을 맛보는 즐거움을 누렸다고 합니다.

하루는 어떤 사람 하나가 수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어서 이 수도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수도자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저는 수도자가 되고 싶어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수도자는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십시오.”

그때에 이 사막의 수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수도자는 넘어지고 일어나며, 또 넘어지고 일어나며, 또 넘어지고 일어나는 사람이다.”

 

저는 수녀님의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 안에는 죄 많고 부족함 많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나아가려고 하는 저의 모습이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복음 역시 죄와 나약함으로 얼룩진 제 자신과 우리 모두에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하느님께 나아가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이 고백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들은 이 죄의 용서를 받기 위해서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요한이 예수님을 마주했던 그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복음은 요한이 예수님을 뵙게 되고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하고 고백하기 전에 요한의 모습을 이렇게 전합니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요한1,29)

 

보고 말하였다.’

 

요한은 죄를 없애시는 예수님의 사명을 고백하기 전에 예수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 예수님께 고정한 그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죄와 나약함으로 인해서 하느님을 대면하고 싶지도 않고 숨어버리고만 싶은 우리들에게 복음은 시선을 돌리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요한이 예수님을 바라보기 이전에 예수님께서 먼저 요한에게 다가가셨다는 것입니다.

아까 전에 읽어드린 복음의 구절을 다시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요한1,29)

 

예수님께서 먼저 요한에게 다가가셨고, 요한은 그것을 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고백을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죄로 인하여 고통 받는 우리들을 외면하는 분이 아닌, 우리보다 먼저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수님께 내가 지은 죄와 나약함으로 인한 그 비참함 안에서도 그분께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러한 상황 안에서도 올바르게 그분을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죄와 인간적인 부족함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요소들은 우리들을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도 하고 하느님 앞에서 숨어버리라고 우리를 부추깁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열심한 신앙생활을 흩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순간이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한 주간 동안, 이제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시게 되잖아요. 그때 오늘 복음에서 고백한 이 예수님을 내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시는 그 한 주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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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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