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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소망

 
새해의 소망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일 똑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연초에 바라보는 태양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해의 소망이 담긴 마음으로 태양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초에 일출을 보러 동해안으로 가곤 합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며, 새해의 다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연초의 일출에 집착하는 이유는 설악산 대청봉에서의 경험 때문입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산 정상에서 완벽한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깜깜한 새벽녘에 서서히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바다 저편에서 장엄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감동이라기보다 오히려 두렵고 떨리는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대자연 앞에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저절로 무릎을 꿇어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문득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모세는 하느님을 뵙기가 두려워 얼굴을 가렸다.”(탈출 3,5-6) 그것은 거룩함 즉 ‘성스러움’의 실제적인 체험이었습니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아주 가끔 체험하는 하느님 체험과는 또 다른 차원의 하느님 체험이었습니다. 거룩함이란 절대자와 떨리는 마음으로 만나는 순간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룩하시도다.’라는 말의 의미를 ‘당신 앞에 한없이 부족하고 무력한 인간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교회는 새해에 첫 번째 맞이하는 주일을 ‘주님 공현 대축일’로 지냅니다.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당신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셨다는 뜻입니다. 주님이 이스라엘 백성들뿐 아니라 온 세상의 주인으로 오셨음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실증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신 사건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동방박사 같은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매일 만나는 자연과 사람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볼 줄 알고, 하찮은 일에서 주님의 손길과 심오한 계획을 찾아내는 신앙의 눈을 뜰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곳에 태어난 그 아기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큰 빛이라는 사실을 알아보는 동방 박사들처럼, 주위의 미소한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을 초월의 세계로 끌어 올려, 절대자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 초월의 세계로,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사람들의 삶은 사물을 그냥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입니다. 새해에는 이러한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 속에 빛이 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교구 차원석 토마스 신부
(이 내용은 꾸르실료 카페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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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4-01-06

조회수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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