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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도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오래전 본당의 한 청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기업 중 손꼽히는 곳에 들어가 순탄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울증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병세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던 그는 결국 상태가 나빠져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대인관계마저 힘들어져 사람들과 거의 만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그때부터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했습니다.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병은 잘 낫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어 실망한 나머지 신앙과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성경을 읽다가 깨달음을 얻어 그때부터 기도의 내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주님! 제 병이 낫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병을 극복하는 힘을 주세요.’라고 말입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청년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기도 내용을 바꾼 이후로 저는 몸과 정신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신부님께 찾아올 수 있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다시 나빠질 수도 있지만 주님이 힘을 주시면 저는 견딜 것입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래 기억되는 만남이었습니다. 그 청년을 만나고 나서 저는 믿음이란 무엇인지, 기도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기도의 방법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루카 11,4)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 기도는 신앙인이 지녀야할 참다운 마음 자세를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자비로운 분입니다. 우리에게 매일 필요한 것은 사랑할 수 있는, 진실하게 살 수 있는 일용할 양식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의 뜻대로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간이 고통을 당하면 하느님께 매달리며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면 사실 기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땐 다른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위로와 힘을 느끼게 됩니다. 신앙인이란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믿음을 갖고 실망하지 않고 계속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이처럼 기도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극한 상황이라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명동 지하성당 입구에 걸린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왜 걱정하십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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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3-07-28

조회수7,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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