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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역 방문기

신부님의 구역방문 투어가 어느덧 종반부에 들어섰다. 오늘은 총 12개 구역 중 아홉 번째로 10구역을 방문하시는 날이다.

 

성당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10블럭 휴먼시아 아파트. 20109월에 1,647세대가 입주한 대단지 아파트다. 이 중 신자 세대는 33세대. 전체 세대수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숫자지만, 숨어 계시거나 쉬고 계시는 형제자매님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배기준 요한 형제구역장님과 김순화 율리안나 자매구역장님이 구역을 이끌고 계신데, 배 요한 형제구역장님은 오늘 몸이 편찮으셔서 판공에도 못나오셨다.

 

안나회 회원님들이 많이 살고 계셨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 사시면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신 흔적이 역력한 어머님들의 무디어진 손과 어둡고 아픈 이마의 주름살이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마치 내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 괜히 숙연해졌다.

 

또 한편으로는 밝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김은성 소피아, 전기순 세실리아, 김명옥 알비나, 손정애 마리아 어르신들은 주일 교중미사 때 맨 앞줄에 앉아 항상 밝은 표정으로 기도손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이분들은 80세 전후의 고령이신데도 독서 봉사도 하시고 복사도 서시는 썬파워 어르신들이다.

 

김지훈 미카엘 학사님의 어머니 황환옥 엘리사벳 자매님도 여기에 살고 계셨다. 제대회 봉사를 하고 계셔서 성당에서 많이 뵈었는데, 학사님의 어머니시란 걸 오늘 알았다. 율리안나 구역장님과 함께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레지오) 활동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곳엔) 아픔을 간직한 채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냉담교우를 찾아내서 가정방문을 하면 일터에 나가고 안 계시는 경우가 많지요. 그럴 때는 문에 쪽지를 남겨놓고 와요. ‘당신을 위해 주의 기도와 성모송 몇 번 드리고 간다..그러면 어떤 분은 전화도 주셔요. 감사하다고..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계속 기도해 달라고...” 김순화 율리안나 구역장님이 전하는 말이다.

 

앉아 있는 내내 가장 인기를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신혼부부와 아기였다. 탁상훈 힐라리오, 임성희 레지나 부부와 1살된 아기(이름이 탁우진이라 했다). 요즘 보기 드물게 젊은 부부가 판공에 나와 구역 식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형제님들은 물론 자매님들까지 일터에서 바쁘게 살아가시느라 구역/반모임이 잘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꿈과 희망, 또 예수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머물러 있는 곳이었다. 신부님께서도 가장 힘들었을 때(군대생활을 할 때 말씀에 굶주려) 하느님을 많이 찾았던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음식을 이렇게 준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1만원씩 갹출하여 저녁상을 준비하신 자매님들에게 신부님께서는 앞으론 제발 이렇게 하시지 말라고 당부하시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대개는 피하시거나 손을 가리며 찍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이곳 어르신들은 사진 찍는 일이 무척 즐거우신 모양이다. 카메라 앞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밝고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시는 모습에서 어린이 같은 순수함이 배어나왔고, 음식을 자꾸 권하시는 모습에서 어머니 같은 따뜻함이 묻어 나왔다.

 

판공 장소를 제공해 주신 김순화 율리안나 구역장님과 10구역 가족들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맺는다.

 

 

 

 

 

 

 

 ▲ 김순화 율리안나 자매구역장님

 

  ▲ 탁상훈 힐라리오 형제님(신혼부부)

 

  ▲ 임성희 레지나 자매님(신혼부부)

 

 ▲ 황환옥 엘리사벳 자매님(김지훈 미카엘 학사님 어머님) 

 

  ▲ 김금숙 엘리사벳 자매님

 

 ▲ 김은성 소피아 자매님(독서봉사 하고 계시죠!) 

 

  ▲ 김명옥 알비나 자매님(복사 서시는 것 보셨죠!)

 

  ▲ 전기순 세실리아 자매님(독서 봉사자, 81세시랍니다.)

 

  ▲ 손정애 마리아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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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유헌식요한

등록일2013-03-20

조회수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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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

|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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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세세하게 묘사해주셔서 글만 읽어도 그날 10구역 판공미사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글솜씨가 너무 좋으시네요.. 예쁜 사진들 감사드려요 ㅎ

김순화.율리안나

|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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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슌화 율리안나 2013. 3월 25 일

우리신부님 총회장님 여성부회장님 사목총무님 몸살 안나셨는지요~
신부님 몸살 나실 까봐 무척걱정들 하시네요. 우리 10구역 미사 와 사진
너무잘 찍어주시고 글 을 너무 잘 써주셔서 감동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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