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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구역 방문기

우리 성당은 아파트 블럭(단지)별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91(구십일)구역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91블럭이 어디지? 구글 지도를 아무리 검색해 보아도 없는 블럭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9블럭 트리풀시티 아파트는 단지가 워낙 커서 2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구십일 구역이 아니라, ‘구일 구역’ ‘구이 구역으로 명명된다. 그러니까, 91구역은 9블럭 트리풀시티 901동부터 910동까지이고, 911동부터 끝동까지는 92구역에 속한다.

 

오늘은 내가 당번일이라 모처럼 조퇴를 하고 성당에 가서 신부님을 모시고 민병순 아녜스 자매구역장님 댁으로 향했다. 겉에서 보아도 아파트 단지가 큰 숲을 이룬 것처럼 크지만(! 그래서 tree full..?)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서는 910동을 찾는데 한 1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내 머리에 털이 나고 이렇게 큰 지하주차장은 처음 가 보았다.

 

이 지역 어디를 가도 농촌과 수변도시 풍경을 볼 수 있지만, 트리풀시티는 주변이 밭으로 둘러 싸여 마치 전원주택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임한필 프란치스코 형제구역장님이 출석부를 들고 형제님들을 맞이하신다. 대전과학고 교장선생님으로 작년에 정년퇴임을 하시고 봉사활동에 맛을 들여 주 3일 이상 자원봉사 활동에 나가신다고도 했다. 아파트 앞 주말농장 10평을 얻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농사짓는 즐거움을 누려보실 계획이란다. 20111월 만년동에서 이곳으로 이사 오셨는데, 작년 6월 야외미사에 가셨더니 91구역에서 오신 형제님들이 세 분밖에 안 보이셔서 그때부터 구역장을 자원하여 맡아 오늘에 이른다고 하셨다.

 

자매님들은 일찍부터 오셔서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형제님들도 오늘은 일부러 일찍 퇴근해 판공에 참여하시는 듯 했다. 작년 성탄 때 영세를 하신 정하성 미카엘 형제님은 귤 한 상자를 사 들고 오셨다, 다른 집을 처음 방문하면서 그냥 오기 뭣해서 들고 왔다고 하셨지만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 있었다. 성모병원 치과 의사선생님으로 근무하시는 임천택 라파엘 형제님도 이 구역에 사셨다. 우리 성당 여성부회장님이신 이경애 미카엘라 자매님도 91구역에 살고 계셨다.

 

91구역은 모두 69세대 신자 가족이 살고 있는 큰 구역이다. 형제님(세대주)41분이고 자매구역회는 3개반으로 나누어 반모임을 한다고 했다. 126, 221, 322집 합해서 69집이다. 그래서 성당 청소하는 날은 20여분이 훨씬 넘게 참여하는 활발한 공동체다. 물론 반별 윤번제로 참여하시겠지.

 

55평 아파트에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교우들이 꽉 들어찼다. 이제까지 방문했던 구역 중에서 제일 큰 규모라고 생각되었다. 신자 수도 많지만 연령층도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분포를 이루어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불과 13개월밖에 안 된 공동체지만, 그동안 구역, 반 모임이 활성화 되어서인지 모두들 아주 친한 사이들 같았다.

 

미사 준비도 착착 진행되었다. 주일 9시 미사 주송을 맡아 하시는 박순옥 벨라뎃다 자매님이 성가 선곡에서부터 독서자 선정 등을 주도적으로 하셨고, 제대회 자매님도 3분이나 계셔서 미사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 복사를 오랫동안 선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섰으니까 미사도구를 차리는 일은 수없이 해보았다. 그런데 제대회 자매님들은 제대로교육을 받으신 듯 아주 깔끔하면서도 일사분란하게 준비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음식은 자매님들이 주먹밥으로 준비하셨는데, 거기에 과일과 고구마 등을 곁들여 1인분씩 접시로 내오셨다. 맛있는 호박고구마는 집주인인 김창중 베드로 형제님이 회사(계룡버스) 주변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갖고 오셨다는데 너무 맛있게 먹으니까 여성부회장님이 한 봉지 싸주셔서 들고 왔다.

 

모처럼 활기찬 공동체를 방문하였다. 나는 사목위원으로서의 특권을 가지고 여러 구역을 방문할 수 있지만 다른 분들은 할 수가 없다. 구역식구들이 모이기에도 집이 꽉 차서 사목위원들도 1명씩 제한하여 방문하기로 했다. 그래서 방문기를 쓰는 것이다.

내가 보는 시각으로, 간단히, 사진 몇 장으로 구역을 소개하고자 했는데 오늘은 말이 무척 길어졌다. 하고픈 말이 많지만 이만 총총해야겠다.

 

 ▲ 아파트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

 ▲ 민병순 아녜스 91구역 자매구역장님 내외(사진 왼쪽 김창중 베드로 형제님)

 ▲ 임한필 프란치스코 형제구역장님

 ▲ 민병순 아녜스 자매구역장님

  ▲ 퇴근길로 곧장 오신 형제님들

  ▲ 일찌감치 성사와 면담을 끝낸 자매님..춤을 추시네..무척 홀가분하신 모양이다.

  ▲ 도란도란 자매님들의 속삭임

  ▲ 형제님들도 모이면 즐겁다.(가운데 박경준 가브리엘 홍보분과장님도 흐뭇한 표정)

 

  ▲ 배꼽 시계가 정각을 가리키자 자매님들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 한 접시에 1인분

  ▲ 바닥이 마루로 되어 있으니까 밥상이라고 생각하고...

  ▲ 복도까지 꽉 들어찬 자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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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유헌식요한

등록일2013-03-15

조회수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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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가브리엘

| 201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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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시간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시간이 길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저녁 5시부터 저녁 10시30분. 장장 5시간 30분이었습니다. 판공과 면담을 신부님께선 한쪽 방에서 하고 계시고 자매님들은 자매님그룹으로 형제님은 형제님 그룹으로 나누어 이야기 꽃은 피우며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성당에서처럼 교중미사 끝나고 인사 꾸벅하고 집으로 오는 길이 아니라 어째튼 5시간 30분동안 그 안에서 같이 있다보니 처음엔 조금 서먹했지만 조금 지나자마자 서로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워 하였습니다. 누가 우리구역의 형제님인지 자매님인지 몰랐지만 이젠 그 곳에 참여한 분은 거의 알것 같았던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미사또한 은총으로 가득했습니다. 허그로 평화의인사를 나누고 양형영성체로 성체를 영하는 성스럽고도 거룩한 시간을 갖고 모두가 주님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초대해 주신 여성구역장님과 모든 분들께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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